[창업이야기] 3. 사무실, 창업 멤버 소개

[창업이야기] 3. 사무실, 창업 멤버 소개

우리는 렌스의 집 방 한 칸을 사무실로 만들었다. 그 방은 네 명이 들어가서 의자에 앉으면 꽉 찰만한 정도의 크기로 안에는 책상 두 개가 있었다. 두 개의 책상은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 기다란 판 같은 것을 놓아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세 개의 자리가 만들어진 후 렌스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그것을 사용했다.

초기 사무실 모습1
초기 사무실 모습2

렌스는 그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며 무엇인가 결정할 일이 있거나, 이야기할 것이 있을 때 수시로 방에 들어와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 방에서 네 명이 일하기는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야기할 것들이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좀 더 넓은 거실에서 회의를 하곤 했다.

왼쪽부터 션, 데이브, 내 자리

이렇게 새 사무실이 생겼을 때 먼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의 첫 느낌은 솔직히 뭐랄까… 자부심보다는 초라하게 느껴졌다. 창고 같은 방에서 판자때기 대 놓고 일하는 것이 “뭔가 바닥까지 온 느낌”이랄까? 그때까지 나에게는 외관상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나의 그런 생각들은 일을 하면서 점점 변해갔고 나중에는 이런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일을 하면서 우리가 만든 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즈음부터는 오히려 이다음에 크게 잘 된 후에 “내가 예전에 시작은 이런 곳에서 했었다”라고 뒤돌아 볼 시절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은 분명히 있었다.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에는 선풍기를 사용했는데, 한낮에는 선풍기로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다른 방에서 일해야 했다. 그리고 한겨울에는 집의 보일러 외에 다른 난방장비를 사용하지 않아서 겉옷을 입었지만, 손을 입김으로 녹이고 시린 발을 참아가며 일했다.

우리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가능하면 초기 시작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개발 장비도 새로 구입하지 않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맥북 혹은 맥북프로를 사용했다. 우리는 멋진 사무실, 새 책상, 좋은 장비들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세 동료들은 인성으로나 실력으로 좋은 사람들이었고 우리의 환경은 우리가 도구들을 활용하여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창업 멤버 소개

회사의 창업 멤버 각각은 모두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다름이 잘 융화되어 개인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창업 멤버 각각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한다면 이후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먼저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렌스(Lance Barton)

렌스는 다양한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트럭 운전, 식료품 가게 아르바이트, 목재소 트럭 운전과 그 밖에 여러 가지 일을 해봤다고 한다. 대학교 등록금도 자신이 일을 해서 마련할 만큼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키가 190cm가 넘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선수를 했다. 대학 졸업 후 세무 쪽 일을 했고, 한국에 건너와 영어학원 강사, EBS 어린이 프로그램 호스트, CF 출연, 대학교수, 식당 운영 그리고 회사 창업까지 참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렌스는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하나 결정할 때는 언제나 그것을 논리적인 사고 풀어나갔다. 그는 어떤 판단을 할 때, 결정을 내리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 가를 잘 알고 그것들을 신속하고 현명하게 결정할 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며,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여러 가지를 알고 있었지만, 항상 다른 동료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우리 회사의 회의 분위기를 다룰 때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또한 영화와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고 일기, 사진, 아이들이 그린 그림 등의 기록을 컴퓨터에 매일 빠짐없이 남길 만큼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성향은 내향적이지만 워낙 유쾌하고 친절해서 나는 그가 스스로 내향적인 성향을 기본 성향으로 가지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주기 전까지는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렌스는 회사에서는 CEO로서 회사의 프로젝트 초기 개발자금을 투자했고 회사의 모든 자금은 그가 관리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그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주전공, 컴퓨터 과학을 부전공으로 했다. 그래서 때문에 숫자를 다루는 일에 능숙했다. 또한 어려서부터 돈의 소중함을 배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돈을 쉽게 쓰는 법이 없었다. 가끔은 ‘렌스는 자기가 가진 자산도 꽤 되는데 왜 그렇게 돈을 짜게  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도 이해한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자금을 담당했기 때문에 쓸데없이 나가는 돈이 없어서 지금 이렇게나마 회사를 유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렌스가 자금을 담당하긴 했지만, 회사 내에서 매출이 기록되어 있는 문서를 모두가 언제나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료들 모두 대략적인 자금 흐름은 알 수 있었다.

렌스는 균형 잡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 딸의 좋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가족들을 먼저 생각한다. 렌스의 집에서 함께 일하면서 일에 관하여 배운 것도 많지만 아버지로서 어때야 하는지도 개인적으로 많이 배웠다.

션(Sean)

한국 이름은 최우형으로 참 좋은 사람이다. 그는 얼리 어뎁터로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해 보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회사 내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 혹은 뉴스들을 소개해 주곤 했다. 션은 서울 트위터 밋업(MeetUp)과 구글 그룹스 운영자로 일하기도 했을 만큼 네트워크도 넓은 사람이었다.

대기업에서 1년 정도 일했던 경험이 있고, 이후 다른 스타트업에서 2년 좀 넘게 있다가 창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는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프로젝트의 UI/그래픽뿐만 아니라 기획능력도 있었고 좋은 아이디어도 잘 생각해냈다. 심지어 웹/모바일 프로그래밍도 했다. 그는 훌륭한 멀티테스커였다. 스타트업은 최초 시작단계에서 사람이 적은 만큼 다양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션은 우리 회사에서 참 보물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또 애플 팬보이라 불릴 만큼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고,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부터 애플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 스티브 잡스의 집도 찾아가 보고, 픽사회사에도 방문하여 회사를 둘러보고 몇몇 사람을 만나봤을 만큼 실행력과 열정도 있는 사람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이력은 그는 영어를 잘했다. 물론 그도 창업 후 일하게 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때에 아버지가 외국에 출장 나가서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를 자주 사다 주셨다고 한다.

데이브(Dave Jansen)

데이브는 나와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전에 회사에서 그와  이야기할 때마다 그의 올바른 가치관과 명랑한 성격에 깊은 인상을 받곤 했다. 그가 한국에 오기 전 네덜란드에 있었을 당시에는 작은 회사에서 웹 쪽 일을 했던 적이 있었고 그 후에 프리랜서로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주로 PHP와 JavaScript를 능숙하게 다뤘다.

데이브는 음악 듣는 것과 영화 보는 것 그리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LP판을 모으고 있다. 나와는 친구로 지낸다.

주성

나는 매우 조용한 사람이다. 나의 관심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이외에는 잘 몰라서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다. IT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최신 기기에 대한 욕심도 없고 최신 서비스와 경향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다. 게임도 안 하고 영화도 거의 안 보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정말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내향적이고 어떤 그룹 내에서 피스메이커의 역할을 한다. 대학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이것 저것 더 배우고 벤처기업에 취직해서 1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특이한 이력이 있다면 20대 초반에 1년 동안 주식에 미쳐서 작은 성공을 했다가 홀딱 날린 경험이 있고, 오랜 기간 동안 게임에 미쳐서 살기도 했다. 내가 만약 하나님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도 벌레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 팀에서 각각을 본다면 렌스는 다양한 사람들을 잘 포용해서 팀원들을 하나로 묶었고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잘 이끌어 나갔다. 션은 UI, 그래픽, 웹사이트, 프로그래밍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했고, 팀에 새로운 여러 가지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함으로써 활력을 불어 넣었다. 데이브는 특유의 명랑함으로 팀 분위기를 밝게 했고, 프로젝트에서 기술적으로 복잡한 부분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서 구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는 팀 내에서 주로 듣는 역할을 하고 가끔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프로젝트에는 주로 자료구조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데이터 처리와 네트워크 쪽 처리 그리고 션이 주로 프로젝트에 혁신적 요소를 많이 제공했다고 한다면 나는 기능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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