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4. 결정…결정…, Chavatar
결정… 결정…
회사 이름, 캐릭터
새로 시작하는 회사이다 보니 회사 이름, 캐릭터와 그 밖에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도구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결정하고 선택해야 했다. 나는 특히 회사 이름을 직접 결정할 생각에 설렜다. ‘회사가 나중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이 유명한 회사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회사 이름과 로고 같은 것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쓰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기대감 속에서 길을 걸어가거나, 집에서 그리고 출퇴근 중에 회사 이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회사 이름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의 의미를 잘 내포하고 있어야 하고, 부르기 쉽고, 독특하여 기억하기도 쉬우면서도 길지 않고 간단한 그런 이름을 만들고 싶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는데, 최종적으로 렌스가 생각해낸 회사 이름에 대해 나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이 동의하면서 회사 이름이 결정되었다.
회사 이름은 FOMOLA(FOr us MObile Learning App)로 하기로 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이 교육 관련 모바일 플랫폼이었는데, 이 이름이 이것을 잘 반영하고 있었고 렌스가 이름의 MOLA 부분에 대해 좋게 생각했다는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말로는 ‘알지 못한다’라는 의미의 “몰라”와 발음이 같은 MOLA의 이 발음이 서양인인 렌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다고 했다. 회사가 세계 시장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회사 이름은 것은 실제 사용자들이 긍정적으로 느낄만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렌스나 데이브의 의견이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했다.
회사 이름을 결정하고 나서 회사 이름의 글자체와, 캐릭터 등도 결정했다. 회사 이름의 글자체는 페이스북에서 사용하고 있는 첫 글자 F와 FOMOLA의 F가 같기 때문에 이것과 구분되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캐릭터는 렌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 제공과 션의 디자인 능력이 결합하여 레고 캐릭터 같은 남자 캐릭터가 탄생했다. 우리는 이것을 FOMO라 불렀다.
회사 비전
우리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들뿐만 아니라 회사의 궁극적 목표와 비전, 철학과 같이 내부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것들이 결정되면 그것을 애플의 “Think Different”, 구글의 “Don’t be evil”과 같은 모토로 만들고자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모토를 만들지는 못했다. 비록 어떤 모토는 없었지만 “우리가 우리의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써 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훌륭한 제품을 만들자”라고 하는 공통된 목표는 있었다. 회사의 비전 말고도 각각의 구성원이 회사에 대해 기대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의견을 나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개인이 회사에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정말로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것에 대해 렌스는 회사가 성장해서 투자받는 것이 목적이고, 이것은 자신의 좋은 Rocking Chair Memories(흔들 의자 기억 : 노인이 되었을 때 흔들 의자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것)가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여러 가지 경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한 예로 결혼하고 난 직후 아내와 함께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도 했다. 션은 회사가 잘 돼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다른 것보다 그는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원했다. 나는 회사가 잘 되면 40대에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어려운 사람의 구제에 관심이 있는 나는 어려운 사람들 교육을 지원해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명함
우리는 가끔 구글 그룹 모임이나 트위터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이런 외부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했을 때 사용할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명함은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회사를 잘 알릴 수 있도록 독특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래의 명함이다.
명함 앞면은 왼쪽 위가 접힌 모양에 FOMO 캐릭터의 얼굴이 보이고, 뒷면은 FOMO가 벽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FOMO의 뒷머리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태그를 넣어서 태그를 인식하면 회사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명함을 만들 당시에는 QR코드가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태그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알려진 QR코드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미관상의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태그를 거기에 넣었다. 명함에 넣을 직함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기술 쪽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Technical Director를 공식 직함으로 하기로 했다. 이때 최초로 렌스가 회사의 CEO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명함에 새겨 넣었다. 이때까지도 렌스가 회사의 대표라는 것이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게 됐다. 어떻게 렌스가 회사의 대표가 됐는지는 나중에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할 것이다.
협업도구
우리는 이 밖에도 협업을 위해 구글 앱스의 메일, 닥스, 켈린더, 위키(Wiki) 등을 설정했고, 내부 소통을 위해 야머, 일 관리를 위해 분터리스트 등을 사용했지만, 이후 더 유용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된 경우, 사용하는 도구를 망설임 없이 바꾸곤 했다.
Chavatar
우리는 창업 아이디어였던 언어 교육 플랫폼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단기 프로젝트를 먼저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멤버들이 서로 같이 일해본 적이 없어서 서로 일하는 방식과 성격을 알지 못했고, 모바일 시장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 단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로 간의 팀워크를 맞추고 모바일 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은 거대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그만큼의 경험과 기술력을 요구했지만,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바로 시작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경험이 없던 상황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단기 프로젝트를 먼저 하는 접근 방식은 효율적인 방식인 것 같다.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를 수배나 초과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마치 한번에 10계단을 오르려고 하는 것과 같은데, 그렇게 하는 대신 3계단씩 3번 올라서 10개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더 빠르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게 되고,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프로젝트의 기획 시에는 이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피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기획과 실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수학에서 방정식만 배우고 바로 미∙적분을 풀려고 하는 것보다 그 중간의 것들을 배우고 미∙적분을 풀면 더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것 혹은 피아노를 친다고 한다면 바이엘과 체르니만 치고 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 중간에 다른 곡들을 연습하고 라흐마니노프를 피아노 협주곡을 치는 것이 보다 나은 것과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이 단기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회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된 일로써 나와 렌스가 먼저 진행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코드명은 Chavatar였다. Chavatar는 Character와 Avatar를 조합하여 만든 코드명으로써 코드명에서 알아차릴 수 있듯이 이 프로젝트는 여러 서비스의 프로파일 사진들을 한 곳에 모아 편하게 관리하게 해 주는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예를 들면, 맘에 드는 사진을 갖게 되었는데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 중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플리커, 피카사, 링크드인 등의 프로파일 사진을 이 앱을 사용하면 각각의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고 프로파일 사진을 변경하는 번거로움 없이 단 한 번의 실행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이디어의 핵심이었다. 이 Chavatar에 대한 아이디어는 렌스가 본인의 불편함으로부터 생각해 냈고, 나는 렌스와 토의한 아이디어를 종합해서 기획서 초안을 작성했다.
션과 데이브는 이 당시 다른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고, 그동안 나는 작성된 기본 기획서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UI와 카메라를 다루는 기능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 당시 오브젝티브씨를 사용한 지는 보름 정도 됐었지만, 여전히 익숙한 단계는 아니어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구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 후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 션이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에 합류했고 데이브도 비록 이전 회사를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었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모두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서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기획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기획은 이전 것보다 더 다듬어졌고 구체적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서비스들을 지원할지에 대한 범위에 대해서 서비스의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한 조사도 했다. 기획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회사에 문서의 양식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들을 어떻게 문서로 표현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인드맵, 간트차트, 키노트, 스프레드시트 등 다양한 형태의 문서를 기획에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