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1. 취직, 소진, 분노1, 2, 3

[창업이야기] 1. 취직, 소진, 분노1, 2, 3

취직

2009년 4월 드디어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 “드디어”라고 표현할 만큼 정말 기뻤다. 그곳에서 일하게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생략하고 회사에 입사 후 이야기부터 말하고자 한다. 회사는 20여 명이 일하는 벤처기업이었고, 컴퓨터 비전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주로 다루는 회사였다. 회사에는 크게 3개 팀이 있었는데 나는 연구소에 배치되었다.

내가 알기에는 신입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보통 얼마의 기간 동안 업무파악과 회사 적응을 위해 천천히 일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입사하자마자 컴퓨터를 세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열정적으로 일했다. 회사의 일은 큰 틀에서 팀별로 나뉘어 있었지만, 팀 내에서 새로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누가 맡을지는 유동적이었다. 나는 팀에서 새로 생기는 대부분의 일을 자진해서 맡았고, 맡은 일은 많은 야근과 노력으로 잘 수행해냈다. 2~3주에 한 번씩은 회사에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을 지내가며 열심히 일했다. 하나하나 일을 잘 해낼 때마다 큰 기쁨과 성취감이 있었다.

소진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했다. 입사 직후 첫 주에 2박 3일 밤을 새워가며 자바로 책 인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초(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증강현실 앱과 CD 인식 앱(음반 재킷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인식해서 해당 CD의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등을 열정적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내가 회사 일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회사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회사의 성장에 이바지하면 회사는 나를 인정해주고 나에게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해주어 이런 회사의 보답에 나도 다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어 서로 상생하는 관계, 나는 이렇게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이 지속적인 상호발전의 순환고리는 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내가 더 열심히 일했던 이유였다. 이랬던 나의 열정이 소진되고 마음가짐이 변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분노 1 – 아이맥(iMac)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났을까? 회사에서는 아이폰용 증강현실 앱 개발하길 원했다. 나에게 개발해 보지 않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안드로이드 앱을 맡고 있어서 여력이 있을까 하여 잠시 망설였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적극적이었던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회사 대표가 밖에 출장 나갔을 때 아이폰 앱 개발 책을 구해다 주고, 회사에서도 아이폰 앱 개발에 필요한 맥(Mac) 구매 품의서를 올리라고 하는 등 아이폰 앱 개발을 적극 지원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맥(iMac) 구매 요청을 위해 품의서를 만든 후 팀장 결제를 받던 중 다른 팀에서도 맥을 구입해야 하니 품의를 함께 올려달라고 나에게  요청했다. 그래서 27인치 아이맥 3대에 대한 품의서를 작성하여 올렸다. 며칠이 지난 후 품의서에 대한 대표의 결제가 났는데, 내가 신청했던 1대를 제외한 나머지 2대에 대한 것만 결제가 떨어졌다. 나는 너무 의아했다. ‘회사에서 올리라고 해놓고 회사에서 자른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마치 바보가 된 것 같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을 조금 들어보니 웹서비스팀에서 모바일 쪽 일도 일부 맡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웹서비스팀에서는 그동안 여러 웹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그 결과가 시원치 않았고 모바일 쪽 시장이  급성장하니 그쪽도 발을 담그려는 모양이었다.

기분이 나빴던 부분은 그것을 회사 내에 오픈해서 토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시간이 끝나고 늦게 남아있던 웹서비스팀장이 회사 대표와 이야기해서 결정된 일인 것 같아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회사 대표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는데, 많은 일들이 일과시간 이후에 저녁 늦게까지 남아 있던 사람과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결정되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일로 인해 회사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에 큰 실망을 했다. 지금도 27인치 아이맥 2대가 들어오던 순간이 기억난다. 아이맥 상자를 뜯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첫 부팅 후 좋아하던 그들과, 그들이 기뻐하는 만큼 마음이 상했던 내 모습.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분노 2 – 벤처 어워드

그 사건 이후 한 대기업에서 벤처 어워드(Venture Award)라는 것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회사에서 한 번 참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와서 아직 앱 개발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한 번 해보자고 나도 동의를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출품작은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증강현실 앱이었는데 나는 또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인지도가 낮으니, 이런 대회에서 입상하면 회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그것이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강제된 건 아니었는데 나는 자진해서 많은 야근과 밤샘을 하며 일했다. 기억에 남는 건 예비군 훈련날 일이다. 저녁에 훈련이 끝나자마자 군화와 군복을 착용한 상태 그대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회사에 출근해서 밤을 새우며 일을 했다. 그 후 그 벤처 어워드에서 1차 통과, 2차 통과 그리고 최종 3위에 입상했다. 그 통과 기간 동안 많은 야근의 시간이 있었다.

벤처어워드 시상식장에서 회사대표와함께 (2009.11.24)
축하공연
엑세서리들
뱃지

내가 마음이 상한 건  이후 일처리였다. 3위 상금으로 500만 원을 받게 되었는데, 물론 그 돈이 내 돈은 아니었다. 회사 돈이었는데 그래도 나는 솔직하게 얼마간의 보너스 같은 것을 기대했었다. 왜냐하면 프리젠테이션은 회사 대표와 디자인팀에서 담당했지만 전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은 나 혼자서 많은 개인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며 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 다른 사람들이 정시에 퇴근할 때, 계속 남아서 밤낮으로 일해 만들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그런 나의 노력에 대해 물질적 보답을 해줄 거라 기대했었다. 팀 내부에서도 회사는 입상으로 인해 매스컴에 노출되어 인지도를 얻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얻었기 때문에 나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어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회사에서 보상으로 10만 원을 나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그 10만 원의 제안에 나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서 아예 받는 것 자체를 거절했다. 그렇게 결정 나게 된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보니,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디자인에 참여했던 다른 팀 팀장의 영향력이 미친 것 같았다. 나를 견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런 회사 내에 정치에 대해 큰 불쾌감을 느꼈다.

분노 3 – 예비군 훈련

마지막 사건은 예비군 훈련과 관련이 있다. 하루는 꼬박 밤새서 일하느라 동원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이 일로 동원예비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경찰서와 전혀 친분이 없던 내가 경찰서에 출두해야 했다.(동원예비군은 참석하지 않으면 그 즉시 고발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벌금 50만 원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일이 길어져 밤을 새우게 될지 몰라서 동원예비군 훈련을 연기하지 못한 나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에 동의한다. 나는 이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학생 때와 같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기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회사일을 책임지고 마감하느라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도 강요된 것은 아니고 내가 스스로 자진해서 열심히 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회사 성장에 기여하려고 말이다. 어쨌든 벌금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회사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회사에서는 정확이 이야기하면 회사 대표는 그건 나의 책임이고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회사의 자세에 다시 한번 크게 실망을 했다. 결국 나중에는 벌금의 절반인 25만 원을 회사에서 지원해줬지만 나의 마음은 회사에 대해서 이미 많이 상해있었다.

이 밖에도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지만 모두 종합해 나의 회사에 대한 열정적인 마음이 변하게 된 이유는 한마디로 회사가 나를 소모품으로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지도 않고 보상도 없는, 다시 말해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신적 물질적 보상이 없고 마치 ‘너는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부터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회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딱 그 시간 동안에만 일했다. 회사가 나에게 나는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기 때문에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회사와 계약한 정규 근무시간 외에 일할 필요가 없고, 딱 그만큼만 일하고 계약된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게 정상 아닌가? 더 열심히 일해도 보상이 없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할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일하게 된 것이 이 회사에 입사한 지 8~9개월쯤이 된 후부터 인 것 같다. 한 번은 이사분이 나를 불러 왜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느냐고 한마디 했지만, 그 말을 들은 날도 보란 듯이 6시에 퇴근했던 그 시기는, 그냥 목을 내놓고 다닌 기간이었다.

몇 마디 덧붙이면 그 회사는 사람관리를 너무 못했다. 그렇게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는데, 힘을 한 곳에 모으지 못하고 사람들을 실망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례로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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