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9. 앱 이름, 앱 아이콘
앱 이름
블로깅앱 개발이 시작되고 몇 달이 지나, 우리는 앱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임시로 DragPoster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사용했었지만, 이제 앱에 이름을 지어줄 시간이 온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앱들의 이름을 보면 짧고 단순해서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름을 짓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은 이름은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제품의 특징을 함축해야 하고, 간단하며 독특해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도 쉬워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름을 찾아내 보려고 사전도 살펴보고 생각도 해보고 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특별히 좋은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랜스가 몇 가지 이름을 생각해내서 화이트 보드에 적어두었지만, 완전히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라서 시간을 좀 더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랜스가 다른 이름을 팀원들에게 가지고 왔다. Blogsy였다. Blogging과 Easy가 합쳐진 합성어였다. 아이패드용 블로깅앱을 기획했을 때, 흔히 이야기하는 Selling Point가 “쉽게 콘텐츠들을 드래그&드롭해서 포스트에 첨부할 수 있는 것” 이었다. 그러므로 쉽게 블로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Blogsy는 매우 좋은 이름이라 팀원 모두는 생각했다. 랜스와 데이브는 서양인 입장에서 발음이나 단어가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블로깅앱을 Blogsy라 부르기로 했다.
앱 아이콘
Blogsy가 거의 완성되어 간다고 생각했던 2010년 12월(실제로는 후반 작업으로 인해 이 시점으로부터 4개월 후에야 최초 버전이 완성됐다.) 우리는 Blogsy의 아이콘으로 사용할 로고를 만들기로 했다. 디자인은 언제나 션의 손에서 시작됐다. 그가 초안으로 만든 로고는 아래와 같이 총 15개였다. 종류를 나누자면 크게 타자기 스타일, 드래그 & 드롭을 나타내며 블로깅을 상징하는 ‘b’를 숨겨놓은 스타일, 마지막으로 블로깅을 상징하는 ‘b‘모양의 스타일의 3종류였다.
션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친절하게 번호를 매겨주는 센스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지인까지 동원하여 마음에 드는 로고 디자인의 번호를 골랐다. 션은 1, 2번의 타자기 스타일을, 데이브는 1, 2, 11번, 데이브의 여자친구는 1번, 랜스의 아내는 2, 4번, 랜스의 두 명의 딸은 각각 2번과 4번을 선호했다. 이렇게 서로 선호하는 디자인을 종합하고 며칠의 논의를 거치다 보니 1, 2번의 타자기 스타일과 12번의 b스타일 2가지로 좁혀졌다.
여담으로 우리는 이런 방식을 의사결정에 많이 사용했다. 이런 방식이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 먼저 가능한 많은 다른 생각을 꺼내놓고, 여러 토의를 거쳐 그 생각 중에서 하나하나 범위를 좁혀가며 최종적으로 한 가지 선택을 하여 그것을 최대한 잘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전반적인 일에도 해당된다. 나는 이 방법을 자칭 발산/수렴 방식이라 하고 싶다.
2가지 스타일의 아이콘을 보다 다양한 스타일로 자세히 디자인하여 실제 아이패드 화면에 넣어서 비교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의견이 각기 다른 이유로 타자기 스타일과 b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투표를 받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질문 내용과 투표 결과를 종합할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질문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전해지기 직전에 “어쨌든 아이콘의 선택은 팀 내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랜스의 의견으로 팀 내부에서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로고는 타자기 스타일이었다. 이후 타자기 재질이나 색깔 등도 더 자세하게 표현했고, 타자기에 종이를 포함할지 말지도 결정했다. 타자기 스타일 관련해 최종적으로 골드 스타일과 차가운 색 스타일 두 가지 중 골드를 선택함으로써 로고 스타일의 선택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작업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콘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크기의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맥의 아이튠즈나 웹에서 앱스토어의 앱에 접근했을 때는 상당히 큰 아이콘이 노출되었다. 그렇다는 의미는 누군가는 타자기 아이콘의 자판이나 종이의 글씨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Easter Egg(프로그램의 숨은 기능이나 메시지)로써 아이콘의 자판과 종이에 재미있는 글씨를 넣기로 했다.
자판에는 Live Long and Prosper(“장수와 번영을 빕니다”의 뜻으로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벌칸족의 인사법이다. 미국을 벗어나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인사법)를 자판보다 더 보기 힘든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여러 문장 중 션이 제안했던 “Get back to work, you’re wasting time.(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일해)”를 넣게 되었다. 실제로 나중에 Blogsy가 출시된 후 몇 명의 사용자들이 아이콘에 넣은 글씨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 왔다.
Get back to work, you’re wasting time.
Yo, you lookin’ at me?
Move along, nothing to see here.
What the hell does this say?
Something clever written here.
Party at my place.
Put your magnifying glass away.
This is an important part of the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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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자기 종이에 넣으려 고려했던 문장들 –
이 작업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Blogsy의 아이콘이 완성됐다.
혹자는 가뜩이나 시간과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에서 아이콘 하나 만드는데 무얼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느냐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회사를 시작할 때 우리가 만든 제품을 장신정신으로 만들길 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만하고,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콘 제작에 그러한 우리 팀의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디테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의 자세는 비단 아이콘뿐만 아니라 우리의 손을 거치는 모든 곳에 녹아들어 있다. 나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우리의 이런 마음가짐은 Blogsy가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되고 우리가 즐겁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