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22. 굿바이 션

2012년 어느 여름날 션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에 취업이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으로  한두 달 후면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SNS를 통해서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는 한 대표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그 대표가 마침 한국에 들어와서 만날 수 있었고, 만나서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입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미 비자 문제, 급여 및 나머지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합의를 한 상태여서 일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다 끝난 상태였다.

처음에는 션의 퇴사에 대한 소식에 놀라고 함께 공유했던 비전을 버렸다는 사실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션이 이해가 됐다. 션의 꿈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처음 Fomola를 만들면서 우리는 회사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며 각자가 회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를 공유했었다. 그때도 션은 Fomola가 잘돼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기회를 얻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그곳에서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션의 꿈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앞에 놓여 있는데 잡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물론 Fomola에서도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길이 앞에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션은 또 기혼이라서 더 많은 재정과 안정성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같은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그쪽은 훨씬 더 큰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이 션의 오랜 꿈이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고 나니 션의 결정을 존중하게 되었다.

렌스도 놀라고 실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션이 나간다니 회사로서는 타격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렌스는 션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한 달여 동안 몇 번 정도 션과 대화를 했다. 반면 나는 그냥 담담히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션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존중했고, 사람이 어떤 중요한 상황에서 마음을 한번 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회사는 직원을 계속 회사에 머무르게 하려면 여러 가지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급여, 좋은 근무환경, 성장할 기회 등 모두가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Blogsy출시 후 지속해서 앱을 개선해 나갔지만,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회사가 션이 원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션이 떠난 것이라 생각한다. 한 달여 동안 션이 개발하고  유지보수했던 일들을 내가 인계받았고, 그동안 션이 만들었던 모든 디자인 파일도 받았다.

나와 렌스는 그동안 회사를 위해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션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헤어지게 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데이브에게도 연락해서 션의 소식을 전하고 함께 만나자고 연락했다. 데이브도 흔쾌히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1년 2개월 여 만에 창업 멤버 네 명이 모두 함께 모여 송별 저녁 식사를 했다.

모두 함께

데이브와 식사를 한 다음날 세 명이서 다시 한번 회식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션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그때까지도 더운 여름 선풍기에 의지하며 쪽방에서 일했다.)

1차로 먼저 볼링장에 가서 함께 볼링을 쳤다.

2차로 서서 먹는 고깃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드럼통 위에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는 옛날 인력시장에서 불을 쬐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인기가 있어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다.

3차로 팔색 삼겹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마지막 4차로 도넛 가게에서 함께 도넛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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