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21. 경쟁자
Blogsy는 출시 이후 2년여 동안 아이패드용 유료 블로깅 앱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앱이었다. 물론 그동안 Poster, Post, BlogPress, Storify 등 지속해서 경쟁 앱이 출현했다. 우리는 경쟁 앱이 출현할 때마다 그 앱이 어떤 기능을 제공해주는지 확인하고, 시장의 반응도 주목해서 살폈다. 각각 특징이 있었지만, 자주 발견됐던 공통점은 Blogsy의 UI를 카피한 것이었다.
Blogsy의 상단의 툴바 배치와 우측에 여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닥(Dock)을 배치한 UI. 전체적인 색감까지. 딱 봐도 베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건 무임승차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노력해서 만든 UI를 그대로 베낄까?’였고, 다른 하나는 ‘Blogsy의 UI가 다른 사람이 따라할 만큼 좋고,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은 카피의 대상이 되는구나.’였다. 불쾌한 마음과 유쾌한 마음 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우리 제품을 베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중에서 BlogPress라는 앱은 출시 후 Blogsy의 경쟁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앱은 출시 후 금세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떤 앱은 잠시 앱스토어 순위 상위에 노출되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Post라는 앱은 9.99$의 유료 앱에서 무료 앱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렇게 경쟁 앱이 사라진 이유는 나는 시장의 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떻게든 첫 버전의 앱을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지속해서 제품을 개선하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는 제품이 있고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면 최소한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앱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경쟁 제품 중에 잘된 경우도 있었는데, Poster라는 워드프레스 전용 앱이 있었다. 이 앱은 비록 어떤 사람이 혼자 개발한 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앱이었다. 이 앱은 출시 후 몇 달이 지나 워드프레스에 인수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앱의 개발자가 워드프레스로 영입이 되고 그와 동시에 앱은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렌스에게 ‘저 회사 말고 우리 회사를 인수하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찌 보면 부러운 일이기도 했다. 여러 경쟁자가 출현하고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우리가 했던 일을 계속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