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19. 매출, 급여

Blogsy 판매량은 앱 출시 직후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다시 급격하게 떨어졌다. 앱의 하루 판매개수가 1,000 카피를 한번 넘고 나서 700, 500, 200 카피로 줄더니 마침내 100 카피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출시 직후 매출이 많았던 것은 흔히 하는 표현으로 오프라인 상점의 오픈 빨 같은 것이었다. 첫 달을 시작으로 더 많은 수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첫 달 1,7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나서 두 번째 달에는 450만 원으로 현격하게 줄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앱 출시 2달 여 만에 앱 가격을 2.99$에서 4.99$로 2$를 올렸다. 이렇게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의 해당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었고, 유료 구매를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돈을 지불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격은 5$를 넘지 않는 4.99$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앱 가격을 인상하면서 판매량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매출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증가했다. 이후 몇 달간은 수익이 500만 원 선에서 유지됐고, 앱 출시 6개월이 지났을 때는 월 수익이 300만 원이 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Blogsy가 아이패드용 블로깅 앱 중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이 크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장이 너무 작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실제 제품을 시장에 내보고 나서야 시장의 규모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었다.

나는 내심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서, 아니 솔직히는 좀 많이 나서 몇 달 만에 수천만 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어 그 돈으로 결혼하는 그림을 종종 머릿속으로 그렸었다. 이런 생각은 내 신앙과도 관련이 있는데, 어쨌든 현실은 나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나와 션은 그때까지도 월급으로 125만 원을 가져갔고 렌스는 따로 월급 가져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앱 출시 전까지는 렌스의 투자금으로 생활비를 가져갔다면 앱을 출시하고 나서는 회사 자체 수익에서 그 돈을 충당했다는 것이다.

그해 9월 션이 결혼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연봉 1,500만 원 즉, 125만 원의 월급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션의 요청으로 급여 인상에 관해 토의를 했다. 회사의 매출로 지원할 수 있는 적정선을 고려해서 125만 원에서 100만 원이 인상된 225만 원을 9월부터 월급으로 받게 되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앱 출시 전에는 투자금으로, 출시 후에는 회사의 매출로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는 더 늘어난 금액으로 월급을 가져가는 등 계속해서 회사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때가 앞에서 말한 회사의 월 수익이 300만원 밖에 되지 않던 시기였는데, 나중에 렌스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 시기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시기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열심히 일했다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나서는 생존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우리 각자가 가져갈 월급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지속적으로 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그 해 12월 월 1천만 원 수익을 회복하고 이후 1년 정도 월 1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앱 출시 후 수익

앱 출시 후 2년 동안 총 수익은 2억  2천1백만 원여 정도였다. 얼핏 보면 많은 금액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1년 평균 1억 1천만 원의 수익을 인원 수로 나누면 1인당  3천6백만 원 정도가 된다. 그리고 앱이 출시되기 전 수익이 없던 개발기간 9개월을 포함하면 3년 가까이가 되는데 총 기간 대비 수익은 세 명이 같은 기간 동안 직장을 다녔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에 못 미쳤다. 물론 이런 경제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함께 일하면서 느꼈던 정신적인 만족감과 기쁨 그리고 무형적인 자산은 충분히 물질적인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수익만 놓고 볼 때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그때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경제적인 수익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만하거나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항상 나의 능력을 100% 발휘해 최선을 다해 일해야만 했고, 이런 상황이 나의 잠재능력을 발휘해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맞는 물질은 나에게 축복이었다.

Read more

카카오모빌리티 5년, 그 경험과 생각

2018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카카오모빌리티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얻은 경험과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내용이며, 제 경험이 회사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일 * 리더의 변화가 회사 분위기를 바꾼다. * 재직 중 CEO가 한 번 교체되었고, 그 후 CTO를 비롯한 여러 리더들이 함께 교체되었습니다. * 리더가 바뀌니 마치 다른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By 토미
복잡한 마음이 든다면 적어보세요.

복잡한 마음이 든다면 적어보세요.

살다보면 분노,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옵니다. 이런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금새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계속 불쑥 불쑥 올라와서 마음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이럴 땐 한번 적어보세요. 내 마음은  왜 화가 났는지, 왜 불안한지, 왜 우울한지, 적다보면 부정정인 감정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그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By 토미
인생이란 책

인생이란 책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란 책의 저자입니다.  모든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을 쓰고, 모든 책의 주인공은 저자 자신입니다.  1년의 삶을 한 페이지에 적는다고 했을 때, 책은 보통 80페이지 정도 되고, 많아도 120페이지를 넘기진 않습니다.  책에 한 번 써진 내용은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페이지가 있더라도 찢어버릴 수 없습니다.

By 토미
박경리 - 산다는 것

박경리 -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들면 바쁜듯이 뜰 안을 왔다갔다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더 생광스런 말이 또 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By 토미


[책] 토미의 Git with 소스트리

Git을 제대로 알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온라인 강의] 토미의 Git & Github

Git을 제대로 알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