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14. 버그, 데이브의 탈퇴
버그
앱 출시 후 시장의 뜨거운 반응과 지인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기쁨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상황은 긴장을 풀고 느슨히 있을 수만은 없게 만들었다. 속속 사용자들이 앱의 버그를 제보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알파-베타 테스트를 모두 거치고 버그를 발견하지 못해서 시장에 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버그가 있었다. 앱의 전반에 걸쳐 버그가 너무 많았다. 대략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은 버그가 있었다.
- 블로그 로그인 문제 (보안 설정, 블로그 설정)
- 서비스 로그인 문제 (나라에 따라, 유튜브 계정이 구글 계정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 구글 계정 인증 관련 로그인 에러
- CSS 문제
- More Tag
- 비디오 첨부
- <br>과 <p> 태그
- 이미지 Wrapping
- 포스트 발행 문제
- 계정이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경우 문제
- 이미지 크기 문제
버그가 많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앱 내에서 많은 외부 서비스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각기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포스트를 작성하고, 블로그 설정도 각각 달라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Blogsy에서 사용한 커스텀 에디터 때문이었다. 사용자들은 쉽게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애플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컨트롤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했다. 복잡하다는 점이 경쟁자들이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도 이것을 다루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경험 부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모두 상용 앱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고, 특히 나는 Blogsy 개발이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긴 코드를 작성한 프로젝트였다.
물론 버그 관련한 제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들의 기능 추가 요청도 들어왔다. 사용자들의 기능 추가 요청은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Blogsy를 사용한다는 증거였기 때문에 일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요청받은 모든 기능을 다 추가할 수도 한번에 다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자주 요청받는 기능을 모아서 투표 페이지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다음 버전에서 꼭 사용하고 싶은 기능을 선택하게 하였다. 이 밖에 애플에서 앱스토어에 주목할 만한 앱으로 선정됐으니 특정 형식에 맞춰 디자인된 파일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하고, 어떻게 앱을 만들게 됐는지 회사는 어떤 곳인지에 관한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다.
모든 외부의 접촉과 고객 지원은 렌스가 담당했다. 렌스는 간결하고 명확한 소통을 잘하는 능력이 있었다. 고객지원 메일 주소로 메일이 오면 렌스가 확인 후 사용자의 설정 오류이거나 조작 미숙인 경우는 렌스가 알아서 답변하고 기술적인 문제와 관련된 문의사항이나 버그 관련 메일은 모두에게 전달해 주었다. 나중에는 기술지원이 필요한 메일과 일반 메일을 구분하기 위해서 기술지원이 필요한 메일에는 -service call-이라는 단어를 맨 앞에 붙여서 우리가 구분하기 쉽게 해줬다. 이 밖에 앱 관련 이슈라든가 사용 팁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렌스가 담당했다.
이렇게 렌스가 외부 접촉과 고객지원을 전담해서 실제 코드레벨까지 개발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렌스는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고,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렌스 덕분에 개발 외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데이브의 탈퇴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팀원의 탈퇴를 겪고 나니 듣기만 했던 그 말이 더욱 실감이 됐다. 2011년 5월 13일 데이브가 팀에서 제외됐다. 모든 큰 결정이 그렇듯 이일은 일순간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고 그동안의 일들이 누적된 결과였다.
데이브는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만 사무실에 와서 일해왔다. 함께 일하는 동안 데이브가 맡은 일이 지연되거나, 데이브가 출근을 늦게 하거나 오지 않는 상황이 종종 생겼다. 스타트업 특성상 많은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일이 진행되는데, 데이브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 이메일로 의견을 들으려 했을 때 데이브가 즉각 대답해주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했다.
특히 Blogsy 마무리 작업과 출시 전에 버그 수정을 할 때 데이브 일만 많이 쌓여 있어서 그 과정에서 렌스와 데이브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렌스가 프로젝트를 관리했기 때문에 나와 션보다는 렌스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렌스와 데이브는 장문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Blogsy 출시 전에 모든 구성원이 사무실에 모여서 데이브와 관련된 회의를 했는데 데이브는 Blogsy앱 출시 직전 Blogsy 개발을 마무리하는 데까지는 일을 하겠지만 Fomola와 함께 가는 것은 그만하겠다고 선언했다. 데이브는 Blogsy가 잘 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데이브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집에서 프리랜서 일을 하는 것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션과 나는 항상 상주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렌스가 보았지만, 데이브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해서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같이 처음 일하는 사람이 원격으로 일하는 것은 신뢰의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생각은 우리 네 명은 모두 리더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렌스가 리더로 결정된 이후로 나와 션은 렌스를 리더로 인정하고 일했던 반면 데이브는 렌스를 리더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앱이 출시된 직후에 버그 수정을 급히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데이브는 바로 응답해서 처리할 수 없었다. 마침내 5월 렌스의 주도로 프로젝트 소스가 저장되어있던 저장소가 데이브의 개인 서버에서 회사의 서버로 옮겨지고 션이 데이브가 하던 일을 인수인계받았다. 그 후 데이브의 메일 계정이 삭제되고 소스 저장소 및 기타 회사에서 사용하던 모든 서비스의 암호가 변경되었다.
션과 함께 길을 걸었을 때 션이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션은 ’데이브를 포용해주지 않은 렌스에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일 그때 렌스가 데이브를 포용하고 함께 같으면 어땠을까? 지금 회사의 모습을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지만 데이브가 회사를 탈퇴한 이후에도 우리와의 모든 관계를 다 끊지 않고 앱 관련 메일이나 연락은 서로 주고받았다. 우리는 곧 바로 마음을 다시 정비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