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야기] 2. Dave, Lance, 고민, 아이디어, 퇴사

[창업이야기] 2. Dave, Lance, 고민, 아이디어, 퇴사

Dave

나의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회사 내에 한 명 있었다. Dave Jansen(이하 데이브—데이브는 나중에 창업 멤버가 된다—)이라는 친구였다.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외국인인데 회사 내에 외국인들이 여러 명이 있었지만, 이 친구와 마음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냈다. 데이브와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함께 간식을 사 먹고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회사 내에서의 답답한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이런 회사에 대한 불만은 나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데이브도 그리고 다른 동료도 다른 모양으로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여러 불만들이 쌓여가고 2010년 새해가 됐는데도 회사 내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렇다면 내가 무엇인가의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이브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브가 창업에 관해 관심이 있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있다고 대답했다. 데이브는 창업에 관심 있는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관심이 있으면 함께 만나보자고  이야기했다. 나는 창업에 관심이 있어 그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2010년 초 첫 만남은 저녁에 회사 근처의 고깃집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모임에는 나와 데이브 외에도 회사의 다른 동료 2명이 더 참석했다. 이날 만나기로 한 그 사람—그 사람은 나중에 창업한 회사의 CEO가 된다—을 포함하면 총 5명이 함께 만나게 되었다.

Lance

그 사람의 이름은 Lance Barton(이하 렌스)으로 키가 큰 미국인이었다. 그는 야구모자에 캐주얼 차림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는 만나서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했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 함께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렌스는 정보에 대한 보안과 어떤 사람이 신뢰할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뒤에 렌스와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과 다른 점은 모인 사람이 렌스, 나, 데이브, 회사 동료 2명이 아닌 1명으로 총 4명이었다는 점 그리고 장소가 고깃집이 아니라 렌스의 집이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렌스의 아내가 직접 만들어준 피자를 먹으며 여러 가지 관심사—주로 영화나 IT—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역시 렌스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렌스와 초창기 트윗

고민

창업과 관련한 접촉이 계속되고 그와 관련된 일들이 하나하나 진행이 되었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창업에 대해 선뜻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없었다. 한 가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마침 그때 나는 연애를 시작한 상태였고, 나이도 20대 후반이라 결혼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만약 회사에서 계속 일한다면 일 년 수입을 예상할 수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업전선에 뛰어든다면 당장 수입도 없고, 언제 수입이 생길지 몰라 미래에 대해 계획을 할 수 없었다. 특히 결혼 시기가  불확실해지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한 가지 생각은 그 당시 내가 작년(2009년)에 회사에 기여를 많이 해서 올해(2010년)부터는 연봉도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회사가 대기업같이 유명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 회사에서마저 나온다면 세상에서 완전히 존재감이 없는 미약한 존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나는 선뜻 회사를 나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계속 밀려 벼랑 끝에 서 있는 내가,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랬던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한 것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하기까지 2개월여 동안 기도로 씨름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던 후 마침내 퇴사하고 창업 멤버로 일하기로 했다. 물론 당시에는 여자친구였던 지금은 내 아내가 된 그 사람이 허락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이디어

비로소 창업 멤버가 결정되었다. 렌스, 데이브, 나 그리고 션—한국 이름으로 우형—이렇게 총 4명이었다. 션의 경우는 렌스와 데이브는 서로 트위터 사용자 모임에서 만난 사이라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안면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렌스와 데이브가 동의한다면 나는 렌스와 데이브를 신뢰했기 때문에 션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했다.

멤버가 결정되고 나서야 렌스로부터 아이디어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글로벌 언어교육 플랫폼이었다. 언어를 가르치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이 서로 쉽게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각각이 필요로 하는 툴(저작툴, 학습툴)을 제공해주어 서로 언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서로 만나서 상대방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4명 모두는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상당히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마치 10계단을 한 번에 오르려고 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메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하기로 했다. 목적은 4명이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서로에 대해—성격, 일하는 스타일 등—서 알아가며, 팀워크를 맞추고 시장과 기술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가 차바타(Chavatar)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일단 아이디어에 대해 서는 결정을 했지만, 아직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 결정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로 수익이 생기기 전까지는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이 필요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서로 함께 모여서 일할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역시 돈과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나는 특별히 뾰족한 수를 가지고 있지 못했는데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렌스가 제시해 주었다. 렌스가 자신의 사비를 회사에 투자하기로 했고, 우리는 그 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최소한의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사무실은 렌스 집의 2층에 있는 방 하나를 사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일한다는 게 서로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가능한 한 초기 투자비용과 회사 유지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것들을 결정하고 나서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서로의 지분 비율, 역할과 책임 그리고 만약 투자를 받게 되면 어떠한 절차로 의사결정을 할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분은 아이디어와 자본 그리고 사무실을 제공한 렌스가 가장 많이 가져갔고 나머지 세 명은 일정한 비율로 똑같이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제 회사를 시작하기 위한 대략적인 결정들은 마쳤다. 그때 렌스를 제외한 3명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제 각자가 언제 회사에서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할지 정해야 했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의 퇴사 시점은 내가 가장 빨랐다. 나는 2010년 3월 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하기로 했고, 데이브와 션은 비자 문제와 그 당시 하고 있던 일의 마무리 때문에 나보다 2개월 정도 후에 퇴사하기로 했다.

퇴사

2010년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니던 회사를 딱 1년을 채우고 그만두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 전까지 나에게는 2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2개월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생각은 2가지로 귀결되었다. 한 가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과 다른 한 가지는 언제나 피해 갈 수 없는 그것! 바로 2개월 동안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다.

나는 이 2개월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Chavatar개발을 준비하기로 했다. Chavatar는 아이폰 앱이었는데, 그때까지 나는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 경험만 있었고, iOS 앱 개발 경험은 전혀 없던 상태였다. 아이폰 개발에 사용되는 Objective-C 언어를 미리 배워두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그것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전 회사에서 1년을 근무해서 퇴직금을 받게 되었는데, 이 퇴직금으로 아이폰 개발에 필요한 아이폰, 맥북, 외장 모니터 그리고 두 권의 개발 서적을 구입했다.

2개월 동안의 생활비는 감사하게도 퇴사 전에 회사의 요청으로 1.5개월짜리 프로젝트 하나를 계약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2개월 동안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결정은 끝났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2개월 동안 일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던 중 인터넷에서 Co-working Space인 CO-UP을 알게 되었다. 그곳을 운영하시는 분은 이장(@Ejang)님이라고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 분께 트윗과 이메일을 보내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시간을 내서 한번 방문해 보았는데, 비용도 한 달에 30만 원이고 공간도 깨끗하여 만족스러워서 그곳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트윗으로 CO-UP에 대해 알려주시는 이장(@Ejang)님

그곳에서의 2달 동안의 생활은 무척 새로웠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고, 그곳을 운영하시는 이장님과 때때로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 분의 여러 가지 열린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회의와 강의 그리고 팟캐스트 촬영도 이루어지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CO-UP 전경
CO-UP에서 사용했던 자리

이장님의 제안으로 나도 여기서 강의를 한번 했다.

 AR(Augmented Reality) 그 가능성 발표 첨부영상

2달 동안 회사에 속하지 않고 일하게 되니 조금 더 유연하게 일할 수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계약한 프로젝트 때문에 프로젝트 막판 1~2주는 몸에 무리가 갈정도로 일해야 했다. 드디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남은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아이폰 개발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보름의 기간이 끝나고 그곳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 계셨던 분 중 한 분이 이니시스를 창업하셨던 분이 시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CO-UP을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그와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3개 정도의 회사를 매각하고 매각 금액만 1천억 원이었다. 내가 그 분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그 분의 소박함 때문이었다. 평소에 청바지와 남방의 가벼운 옷차림으로 백팩을 메고 다니셨다. 한번은 CO-UP에 호떡 몇 개를 사가지고 오셔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던 적도 있었다.

CO-UP에서 마지막날 CO-UP 사람들과 함께왼쪽부터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대표님, 이장님, 나,스타트업 맛지 대표님, 맛지 개발자 윤건님

이렇게 CO-UP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나서 드디어 나는 창업 멤버로서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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